비오는 밤이었다. 길가의 가로등이 빗물에 번져 부옇게 등을 밝히고 있었다. 로랑 크로잔의 마차는 무도회가 열린 백작의 저택에서 나와 로랑의 저택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마부는 거세게 내려치는 빗줄기가 짧은 챙 아래로 흘러내릴 때마다 축축하게 젖은 옷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로랑은 지치고 피곤한 표정으로 마차의 벨벳 소파에 깊이 몸을 묻고 두꺼운 코트로 어깨를 감싼 채 창문에 기대어있었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번졌다가 사라졌다. 계절은 이제 막 봄으로 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밤공기는 차가웠고, 한차례 내리고 있는 봄비가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로랑은 흐려진 창문가를 장갑을 벗은 손으로 스윽 닦아내어 창밖을 바라보다가 주먹을 말아 쥐고 마차 지붕을 두 번 두드렸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 새까만 그림자에 로랑은 눈을 가늘게 좁히고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마차 문을 열고 한 쪽 발을 내딛었다. 마차 밖으로 비어져나간 어깨가 내리는 비에 차츰 젖어들었다. 로랑은 비를 쫄딱 얻어맞고도 말쑥한 표정으로 서있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빛이 어두워 쉽게 분간할 수 없었으나 아이의 머리는 제법 어두운 축에 속하는 것처럼 보였고, 아이의 눈은 엷은듯했다. 로랑은 두꺼운 코트자락을 들어 아이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를 막아내다가 아이가 자신의 손을 잡자 마차 안으로 끌어들였다. 코트를 벗어 완전히 푹 젖은 옷 위에 덮어씌우고는 단단하게 동여매듯 아이를 옆에 앉혔다. 로랑의 손의 채 반절도 되어 보이지 않는 손이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고작 스물하나의 주인이 자신의 키의 반절 쯤 되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을 때, 로랑의 집사 모라벡의 눈은 크게 뜨였다가 도로 평정을 되찾았다. 모라벡은 약간 젖어 흘러내린 로랑의 머리칼을 바라보고 햇볕에 잘 마른 수건을 말없이 주인의 머리 위에 덮어 씌운 뒤, 메이드에게 일러 아이를 푹 담가 씻기도록 욕조에 물을 받도록 했다. 로랑은 머리칼과, 어깨, 손이 조금 젖었을 뿐이었지만 코트를 벗긴 아이의 몸은 완전히 빗물에 젖어있었고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막내로 자란데다가 아이라고는 키워본 일이 없을 로랑은 몰랐겠지만 저대로 있다가는 보통 감기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폐렴이나 그보다 심한 독감에 걸리면 아이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기 전에 금방 죽어나가는 시절이었다.
“아이는 어디서 데려오셨습니까?”
“비가 오는데 길에 혼자 서 있길래.”
로랑이 수건으로 머리칼을 털어내고 커프스와, 커프스 단추들을 하나하나 벗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동안, 메이드가 달려와 아이의 젖은 옷가지를 모두 벗기고 로랑의 코트와 함께 빨래 바구니에 넣어 다른 이에게 들려 보냈다. 하얗게 젖은 몸을 수건으로 물기가 없도록 닦아내고 목욕물이 준비되는 동안 아이는 남색 담요에 꽁꽁 싸매어져 벽난롯가 앞의 소파에 앉혀있었다. 로랑이 겨울이면 허벅다리 위에 책을 올려두고 오랜 시간을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소파는 아이에겐 지나치게 커서 마치 커다란 왕좌에 앉은 어린 왕자처럼 보였다.
“눈이 파란색이군.”
모라벡이 로랑을 바라봤을 때 로랑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불을 쬐고 있는 아이를 보며 웃었다. 머리칼은 잘 말려 광택을 돌게 한 마호가니같은 색이었고, 눈동자는 새파랬다. 아이는 잠시 손 안에 들려진 따듯한 초콜릿 컵을 바라보다가 로랑에게로 작은 고개를 돌렸다. 로랑은 동그란 눈을 보다가 웃었고, 메이드는 곧 아이의 손에 들린 컵을 빼앗아 테이블에 올려두고 아이를 욕실로 데려갔다. 로랑이 셔츠의 단추를 모두 풀었을 때 즈음에 첨벙하고 아이가 물에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름은?”
“튠.”
“집은?”
“...”
따듯한 물로 말끔하게 씻긴 아이는 고달팠는지 그날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잠에 빠졌다. 아이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겨우 로랑의 질문에 답했다. 튠. 로랑은 대답하지 않는 튠을 바라봤다. 아이의 이름은 제법 아이와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다. 집이 어딘지, 어디에서 왔는지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살갗이 뽀얗게 익었으니 어디서 부모가 잡심부름을 시키던 아니는 아니었을 것이다. 잠시 부모를 찾을 때까지 데리고 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마침 로랑의 저택에는 많은 수의 메이드와 풋맨이 있었고, 빈번히 외출하는 주인 대신 하나쯤 더 돌볼 것이 있어도 심심하진 않을 것이었다. 로랑에겐 그 많은 수의 사람을 부릴만한 충분한 돈과 재능이 있었다.
“나이는?”
“열둘.”
로랑은 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으로 머리칼을 헝클었다. 금세 손을 뻗어서 자신의 머리칼을 가지런히 정돈하는 모습에 로랑은 잠시 기가 찬 듯이 웃었다. 웃으면 퍽 예쁜 얼굴일 것 같았다.
아버지가 되기엔 이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로랑은 의외로 튠에게 관심을 가졌다. 로랑은 남이 하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었지만 필요하지 않은 일은 대부분 흘려듣기 일수였고 하물며 보란듯이 하루 종일 꾸민 영애들에게도 오래 시선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로랑을 보며 모라벡은 나지막히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집에 머물고 있는 튠은 그런대로 잘 적응한 모양이었다. 메이드들은 상냥했고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 주인보다 작고 귀여운 아이에게 훨씬 흥미가 동하는 듯했다. 로랑은 이따금 오찬이 없는 오후에는 테이블 위에 앉아 말없이 스콘을 자르는 튠을 바라보거나, 튠이 낱말 퍼즐을 움직이는 것을 도와주었다. 튠은 로랑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머리가 좋았다. 로랑이 튠의 작은 손을 잡고 잘못된 퍼즐을 함께 옮기던 놀이도 곧 머지않아 로랑이 도와주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튠은 로랑의 저택에 금방 익숙해진 것처럼 익숙하게 로랑과 가까워졌다. 책을 읽는 로랑 곁에 앉아 있다가 로랑의 가슴에 뺨을 기대고 잠이 들면, 로랑은 책을 덮고 튠의 어깨를 감싸 함께 낮잠을 즐겼다. 모라벡이 얇은 담요를 펼쳐 두 사람 위에 덮어주었다. 만찬 약속의 횟수는 이전과 비슷했으나, 오찬 약속은 현저하게 줄었다. 로랑은 밖에 나가는 대신 따스해지는 바람이 들도록 살롱의 문을 열어놓고 튠과 함께 앉아 책을 읽거나 아이를 곁에 앉혀두고 경매를 위해 모아놓은 오래된 보석들이나, 목걸이들, 풍경화나 조각상들을 보여주며 설명해주곤 했다. 튠이 예술품을 가리키는 로랑의 손가락을 잡거나 따분한 기색을 보이면 로랑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 말에 태웠다. 귀족이 삶이란 대부분 직업을 가질 이유도 없이 아주 느긋하고 여유로웠고 풍족했다. 로랑은 이따금 품 안에서 꼼지락 거리는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찾을 때까지, 아니면 아이가 무엇 하나라도 기억해낼 때까지 느긋하게 낱말놀이를 즐기기로 했다.
“로!”
튠이 로랑을 그렇게 부를 때마다 모라벡이 눈썹 사이를 좁혔지만 로랑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로랑은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다가, 자신의 침대 위로 달려드는 튠을 보고 웃었다. 풀썩. 소리가 나도록 침대 위로 달겨드는 튠의 위로 이불을 덮어씌우곤 이불 채로 튠을 꽉 끌어 안았다. 이불 틈 사이로 흐트러진 마호가니색 짙은 머리칼을 바라보다가 로랑은 이마 위를 어지럽히는 머리칼들을 손끝으로 살살 떼어내어 주곤 이마 위에 입을 맞췄다.
“재밌게 놀았어?”
로랑은 대답대신 입술에 입을 맞추는 튠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입술을 떼어낼 때 마다 쪽하고 소리가 났다. 작고 마른 입술 위에 로랑은 손가락으로 약을 발라주며 튠의 머리끝까지 덮어씌웠던 이불을 걷어주곤 곁에 앉혔다. 로랑의 가슴 언저리에 닿은 작은 손이 로랑이 숨을 내쉴 때 마다 작게 오르내렸다. 느즈막히 열린 만찬 뒤에 살롱에서 한바탕 모임이 있을 것 같았으나 로랑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일찍 집에 돌아왔다.
“같이 잘래.”
“얼마든지.”
같이 자자고 떼를 쓰는 것도 충분히 기대했던 일이지만, 아침마다 자신보다 일찍 깨어 일어나라고 졸라대는 튠 때문에 일찍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이어서 로랑은 튠을 안고 푹신한 베게 위에 머리를 얹었다. 일찍 자야지. 잘 거야.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잖아. 심심하니까. 메이드들이 놀아주잖아? 재미없어. 튠. 로랑은 대답 대신 눈만 깜박이는 튠을 보고 손을 뻗어 모라벡에게 등을 가지고 나가도록 했다. 단단하게 둘러싼 커튼 안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아 손을 뻗어 확인하지 않으면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로랑은 따듯한 몸을 가만히 안고 등을 도닥거렸다. 얕은 숨소리가 났다.
튠의 부모는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뒤늦게라도 찾게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아주 오랫동안, 이제는 찾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튠의 신변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들린 것이 없었다. 모라벡이 아이를 어떻게 할거냐고 묻기 전까지 로랑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부모를 찾지 못하는 한, 아이가 거기에 있는 동안은 계속 아이가 거기 있는게 당연한 것처럼 모라벡을 보고는 간단하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평소처럼.
로랑은 집으로 배달되어 온 서신 몇 개의 밀봉을 나이프로 뜯어 열어보고는, 얇은 끈을 꼬아 책 서너권을 묶어놓은 묶음을 끌러놓고 있었다. 튠은 좀 더 자연스러운 자세로 맞은 편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가는 책에는 흥미가 떨어진 표정으로 로랑이 나이프로 묶음을 잘라내는 것을 지켜봤다. 로랑은 도착한 책들의 앞장을 주의 깊게 펼쳐보곤, 앞부터 뒤까지 파라락 페이지를 넘겼다. 몇가지의 역사서와, 고미술서, 철학서들을 살펴보다가 로랑은 그것들을 양장하도록 모라벡에게 들려보냈다.
“튜터를 붙여줄까?”
로랑은 어쩐지 심심해보이는 튠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필요 없어.”
“필요할거야.”
“로가 가르쳐주잖아.”
“나보다는 튜터가 나을텐데.”
“필요 없어.”
“거버니스가 가지고 싶어?”
“...아니.”
꼭 좋아하는 여자애라도 있느냐고 놀리는 듯한 말투에 튠은 입을 다물었다. 로. 불평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로랑은 대답 대신 이리오라는 듯이 팔을 열었다. 지금은 로랑과 함께 있는 걸로 충분하겠지만, 만약 앞으로도 튠이 로랑과 지내게 된다면 기본적인 교육은 필요해질 거였다. 로랑은 튠만 싫어하지 않는다면 튠이 나이가 차면 무도회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고, 충분히 스스로 그의 후견인이 될 생각도 있었다. 손에 들려준 크레용을 뚝,뚝 분지르는 튠의 손을 바라보다가 로랑은 젖은 물수건으로 그의 손가락 마디 사이를 닦았다.
“로!”
로랑은 튠을 돌아보다가 눈을 가늘게 좁혀 웃었다. 열두살의 모습은 많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새파란 눈이나 마호가니색 머리칼은 그대로였다. 재단사가 튠의 몸에 꼭 맞게 맞추어 재봉한 실크 셔츠와 타이, 꼭 갖추어 입은 조끼나 외투 밖으로 손가락 반마디 만큼만 비어져나온 셔츠의 소매까지 어디에 내놓아도 충분히 이목을 끌만한 신사처럼 보였다. 튠은 얌전한 호박으로 된 커프스 단추를 골랐으나 결국 커프스 단추만은 눈 색에 맞추어 파란색으로 하라는 로랑의 성화를 이겨내지 못했다. 눈 색을 닮은 걸로. 개 중에서도 밝은 색 사파이어를 주문하는 로랑은 자신의 커프스 만큼이나 까다롭게 보석을 골랐고 모서리가 잘려나간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세공을 원했다.
열두살 때 그랬던 것처럼 가볍게 입술을 부딪히는 인사에 로랑은 눈을 감고 웃었다가 천천히 튠의 가슴을 손으로 밀어냈다. 로랑의 목덜미에는 튠의 머리칼이 닿아있었다. 튠은 천천히 자라나는게 아니라, 어린 시절을 그만두고 청년이 되기로 한 것처럼 로랑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사이에 몰라보게 커버린 것같이 보였다. 로랑은 튠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손으로 뺨을 쓸었다.
“근사해.”
“정말로?”
“그래.”
열일곱은 충분히 매력적인 나이다. 로랑이 그랬고 아마 튠도 그렇겠지. 로랑은 벽에 기대어 서서 오랫동안 반절이상 비워지지 않는 샴페인 잔을 들고 있었다. 로랑의 주변에 크로잔의 귀족들과 몇몇의 친구들이 다가왔다가 멀어져갔고, 곧 시올이 다가와 곁에 섰다. 그는 로랑의 시선이 멀리에 여러 사람 사이에 둘러싸여있는 튠을 향해있는 것을 알게 되자 미미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언제부터 부성애가 넘쳤어?”
“아버지가 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너 지금 하는 꼴이 그거 아니고 뭔가.”
“글쎄”
튠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열일곱은 충분히 매력적인 나이였다. 튠의 짙은 색 머리칼이며, 커프스 단추와 같은 새파란 색의 눈동자, 천진한 표정으로 웃는 얼굴 같은 것들이 특히 그랬다. 예쁘다고 표현하기엔 그보다는 좀 더 무언가가 있었고, 멋있다고 표현하기에는 지나치게 착한 표정으로 웃고는 했다. 게다가 튠이 이따금 맞춰오는 입맞춤 같은 것들이 그를 나이보다 훨씬 미성숙한 풋풋함으로 위장시키고는 했다. 단순히 곁에서 오년동안이나 지켜보아 온 사람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아기새 날려 보낸 어미새 같군.”
“닥치게 시올.”
로랑은 미간을 좁혔다. 잔에 남은 샴페인을 단숨에 삼키고는 찌르르 목이 울리는 감각에 눈썹을 찡그렸다가 뜰 때쯤 튠이 로랑을 돌아보고는 입술을 말아올리며 웃었다. 아. 얼굴만 보아서는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았으나 튠은 곧장 고개를 돌려 곁에 있던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래도 아니라고 할건가 로랑?”
로랑은 대답 대신 샴페인 잔을 창틀에 놓아두고 자리를 벗어났다. 테라스는 바람이 들었고 연회장 보다는 훨씬 더 숨을 쉴 만 했다. 로랑은 난간에 팔을 걸쳐두고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로랑은 춤을 춘 상대도 없었고, 길게 이야기를 나눈 상대도 없었다. 단지 튠이 처음 나서는 자리에서 오래도록 시올과 함께 서 튠을 바라보다가 도망치듯 테라스로 나선 것뿐이었다. 흐트러질 일 없던 머리칼이 바람에 살살 흩어졌다.
“로.”
로랑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빛을 등지고 선 튠을 보고 잠시 말을 잃었다.
“사람들은?”
“무슨 사람들.”
고작 나이를 몇 더 먹었을 뿐인데, 뒤를 잘라먹은 짧은 말투가 묘하게 시건방져 보인다. 네 주변에 있던. 로랑은 나지막히 말하면서 튠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튠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테라스로 함게 몰려오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이 절반이었다. 로랑의 말에도 튠은 모른다는 눈초리로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왔어?”
로랑은 한쪽 팔을 난간에 걸친 채로 튠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는 바람에 흩어지는 튠의 머리칼을 바라보다가 로랑은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비스듬히 내려온 앞머리칼들을 가지런히 정돈해 주었다. 대답이 없는 튠을 바라보다가 로랑은 튠의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행커칩을 끼워 넣은 왼쪽 가슴께의 주머니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가 손을 떼어냈다. 재밌어? 로랑이 재차 묻는 말에 튠은 대답 대신 가볍게 입술을 부딪혔다. 로랑은 튠의 가슴을 손으로 밀어내다가 튠의 어깨 너머에 시선을 두면서 나지막히 숨을 내쉬었다.
“튠. 밖에서는 이러면 안 돼.”
“왜?”
서글서글한 눈매가 영문을 모르는 것처럼 처지는 것을 보고 로랑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어렸을 때는 애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튠은 열일곱이었고, 로랑은 스물여섯쯤 되었으며 로랑은 누군가의 후견인이 되기에 지나치게 젊은 감이 없지 않았다. 특히나 지금의 나이에 일고여덟쯤 된 아이의 후견인이었다면 모를까, 벌써 열일곱이나 된 아이와 청년의 중간쯤에 선 튠의 후견인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었다. 열두살짜리 꼬마애의 키스를 받아주는 스무살도 아버지 놀이를 하기엔 우스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열일곱짜리 사내애의 키스를 받는 스물여섯도 이상하기로 따지면 비슷하거나 그보다 위였다.
“밖이니까.”
“왜 안 돼?”
로? 튠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로랑의 이름을 불렀다. 로? 왜? 몇 번이나. 로랑은 튠의 눈을 바라보다가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어 서서는 저도 모르게 밀려오는 당혹스러움에 대해 먼저 생각했다. 로랑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이 튠은 자라있었으나, 튠은 자랐기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것들이나 익숙했더라도 익숙하지 않게 되어야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와의 사이에서 생기는 벽이나, 내외 같은 것들이 그에게는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치 로랑과 튠 사이의 경계는 불분명한 것처럼 느껴졌고, 그랬기 때문에 로랑은 더욱 그 경계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는지 쉽게 생각해내지 못했다.
“저택에서는,”
우리끼리만 있을 때에는, 그렇게 말하고 로랑은 잠시 말을 멈췄다.
“괜찮지만. 밖에서는 안 돼. 열일곱 된 남자에게 남자가 키스를 받는 건 이상한 일이야.”
튠은 튜터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로랑은 결국 튠에게 예절이나 역사, 문학등을 가르칠 튜터를 붙였기 때문에 로랑은 튠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데 그리 익숙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로랑은 좋은 지식인은 될 수 있지만 좋은 선생은 되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로랑은 어설픈 단어들을 골라 최대한 튠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려다가는 문득 자신의 말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누가 보아도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아니었고, 로랑도 튠을 자식처럼 예뻐하긴 했지만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곁에 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터울이 나는 형제 사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튠은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빛을 등지고 서있어서 엷은 색의 파란 눈동자의 색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도 로랑은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로랑은 튠이 왜라고 묻는 만큼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로랑은 그제서야 튠이 남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자랐다는 것을 깨달았고, 튠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나서야 그것이 왜 이상해 보이는 광경인지 스스로 납득했다. 안된다고 내뱉기 전까지는 로랑 자신도 튠의 스킨십에 대해 특별한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튠이 로랑을 대하는 행동들은 자연스러웠고 로랑은 튠이 엉겨오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이제 와 그런 것들이 전부 부자연스러운 것이 되는 이유가 튠이 자라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은 어쩐지 조금 어설픈 이유 같아 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로랑은 타인에게 둘 사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상식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튠의 가슴께를 토닥이는 것으로 나머지 이유를 생각지도 않은 채로 묻어두기로 했다.
“로랑!”
로랑은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에 책상 위에서 고개를 들어 문간을 걸어 들어오는 튠을 바라봤다. 튠은 이제 집안을 가볍게 뛰어다니지 않았고, 아마 그러고 싶어도 그의 거의 다 자란 몸이나 무게들이 그를 가볍게 뛰어다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튠은 오랫동안 로랑을 로라고 불렀다. 튠이 집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내내 그랬던 일인데 요즘의 튠은 이따금 로랑을 이름으로 불렀다. 로랑. 튠의 입술에서 나오는 이름은 듣기 어색했고 로랑은 그가 자신을 그렇게 부를 때 마다 그와 자신의 사이에 열 걸음은 되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꼈다. 로랑은 손에 들고 있던 깃펜을 잉크에 적셔 두고 테이블을 짚은 튠의 손을 바라보다가 눈으로만 대답했다.
“단테가 한달 쯤 자기네 별장에서 지내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래도 돼?”
튠은 금세 친구를 만들었다. 로랑의 눈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는 일들이었다. 단테는 크로잔계 귀족이었고 딱히 성품에 모난 데가 없어 로랑도 가끔 단테를 바라보며 저 정도 친구면 괜찮지 않느냐고 시올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지방 귀족 출신으로 출신을 따지는 데에는 넌더리가 난 시올이었지만 시올은 유독 튠에게만 엄하게 굴었다. 엄하게 구는 건지 단순히 튠이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는 잘 구분이 가지 않았으나 어쨌든 시올은 단테를 보며 웃는 로랑을 보고 튠을 저대로 두어도 괜찮겠느냐고 두어마디 건넸다. 튠의 부모는 여전히 찾지 못했고, 귀족 사회란 아무리 융통성있게 굴어도 결국 혈연과 지연으로 얽히는 사회였다. 누구의 양자나 누구의 양녀도 따지고 보면 어머니만 다른 사생아이거나, 동생의 아들을 형이 데려와 키우는 식이었기 때문에 튠의 경우는 유별났다. 로랑은 자신의 친척중에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라고 얼버무려두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튠을 처음 데려왔을 당시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튠의 하얗고 깨끗한 피부나 날 때부터 천상 귀족이었을 것 같은 여유로운 표정, 잘 배운 예절이나 같은 또래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외모 같은 것들이 소문을 조용히 흐르도록 얼추 잠재운 정도였다.
로랑은 나지막하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금세 친구가 되긴 했지만, 한달씩이나 단테의 별장에서 지낼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진 줄은 몰랐다. 아기새 날려 보낸 어미새 같군. 시올의 말이 떠올라 로랑은 튠을 바라보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너무 자신과 둘이 지낸 시간이 길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로랑은 시올의 말을 떠올리고는, 왜 그러면 안되느냐고 눈을 깜박이며 묻던 튠을 떠올렸다. 튠과 로랑 사이에는 경계가 없었다.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단테의 이름이 천천히 경계선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로랑은 나지막히 신음했다. 로랑에게도 물러서야 할 때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지금만 해도 고작 한달을 친구의 별장에서 지내겠다는 소리에 가슴이 내려앉지 않았던가. 로랑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
튠의 짐은 튠이 온 뒤로 튠의 메이드를 자처했던 이제는 조금 나이가 든 메이드들이 쌌다. 튠이 좋아하는 향수들과 상자에 담은 커프스 단추들. 튠의 짐을 결국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모라벡이었지만 이따금 로랑은 짐을 싸는 튠의 방 문틀에 기대어 서서 튠의 짐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고 있기도 했다. 한달이나 지내는 터라 가져갈 옷도 장신구들도 많았다. 귀족의 별장이고 크로잔의 귀족이니, 별장에 내려가면 책이나 읽는 대신 승마나 사냥 같은 것들이 놀잇감의 주를 이루겠지만 로랑은 메이드를 시켜 꾸역꾸역 두어권의 책을 짐에 집어넣도록 했다. 그저 그가 짐을 풀었을 때 로랑의 저택에서 가져간 무엇들이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로랑은 튠에게 잘 다녀오라며 새로 주문한 두 쌍의 커프스 단추와 승마용 옷을 한 벌 사주었고 그것들은 다시 고스란히 튠의 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 튠에게서는 한달 동안 소식이 없었다. 도착한 당일 날 쓴 것으로 보이는 도착했다는 짤막한 서신하나가 전부였다. 로랑은 은쟁반 위에 올려져 모라벡의 손에서 전해지는 서신들 사이에서 늘 튠의 편지를 찾았지만 튠에게서는 한 통의 소식도 없었다. 밀랍으로 밀봉된 서신들은 전부 오찬이나 만찬, 무도회 같은 것들이었고 로랑은 튠이 없는 동안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면 받은 서신 중 대부분의 것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로랑은 바빴으나 즐거움은 살롱에 앉아있는 잠시 동안 뿐이었다. 젊은 애들은 바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모라벡은 로랑을 두어번쯤 달랬으나 어쩐지 서운한 기색을 지울 수 없어 로랑은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 대신 밤이면 무도회를 나섰다. 로랑의 열아홉, 스무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시 왕성해진 로랑의 등장을 기꺼이 반겼다. 시올이 거기에 덧붙여 이제야 어미새 노릇을 접고 포기할 줄 알게 되었느냐고 말했지만 로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올을 흘겨보고는 대답을 피했다. 로랑은 여전히 튠의 서신을 기다렸으나 모라벡은 로랑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눈을 마주치면 바로 고개를 저었다.
로랑이 튠과 마주친 것은 무도회에서였다. 여느날처럼 무도회는 소란스러웠고 무도회의 주인공들은 대개 스물 안팎의, 또는 로랑 또래의 사람들이었다. 로랑은 그날도 시올과 크로잔의 귀부인들 그리고 몇몇의 인파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하며 샴페인으로 입술을 축이고 있었는데 아직 돌아오겠다고 한 날까지는 이틀 남짓이 남았던 오랜 저택의 식구가 무도회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로랑의 침묵에 시올이 로랑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곧 튠에게로 시선을 두었으나 로랑은 그 짧은 침묵이 잠깐 목이 말랐던 것뿐인 것처럼 샴페인으로 목을 적시고 말을 이었다.
튠은 그 사이 좀 더 자란 것처럼 보였다. 바르게 마주치지 않았던 눈높이가 이제는 정면을 향하면 바로 눈이 마주칠 것처럼 보였고 색이 짙은 페도라에 손목에서 반짝임이 이는 커프스 단추는 이전에는 로랑이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고작 한달 남짓의 시간동안 눈에 띄게 변해버린 튠의 모습에 로랑은 아연해졌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경계선들이 천천히 분명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한 느낌이 들었다. 튠의 곁에는 연한 노란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서있었는데 얼굴로 보아서는 사교계에 데뷔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나이의 아가씨인 것처럼 보였다. 튠과 또래이거나 그보다 한두살이나 아래일까. 목에 두른 얇지만 반짝이는 목걸이나 질좋은 실크로 뽑은 옅은 색 드레스의 옷감 같은 것들이 제법 좋은 집안의 아가씨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여주었고 로랑은 튠보다 두어걸음 뒤에서 들어오는 단테를 보고는 별장에서 만난 사이는 아닌지 막연히 추측할 뿐이었다. 그 나이 또래들이 흔히 거치는 연애사업 때문에 바빳다면 한달 동안 소식이 없었던 이유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정신차리게 로랑. 시올이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로랑은 들고 있던 잔을 놓칠 뻔 했다. 로랑은 잔을 놓치는 대신 빈 잔을 들어 지나가는 풋맨의 쟁반 위에 올려두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로랑.”
시올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멀리서 웃고 있는 튠을 바라보다가 로랑은 이마를 짚었다. 멀리서 로랑과 눈을 마주쳐 입 대신 눈으로 묻는 시올을 보고 로랑은 턱으로 응접실을 가리켰다. 로랑은 문이 없는 무도회장의 회랑을 지나 근처에 있던 풋맨의 도움을 받아 응접실 소파에 몸을 던졌다. 열린 테라스를 넘어 무도회장에서 연주되고 있는 현악 4중주의 왈츠가 들려왔다. 로랑은 눈을 감고 소파 위에 비스듬히 누워 실크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게스트 룸으로 향할 것을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벽시계의 초침소리를 천천히 셌다.
“로.”
응접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로랑은 천천히 무거운 눈커풀을 들어올렸다. 초침 소리를 한 삼백쯤 세다가 놓친 뒤였다. 목소리는 익숙했지만 그 동안 조금 더 낮아지기라도 한 듯 어른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로랑은 팔로 소파를 누르며 상체를 일으켜 튠을 바라보고는 피곤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웃었다.
“안녕 튠.”
돌아온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렇게 말하려다가 너무 구차한 질문인 것 같아 로랑은 말을 묻는 대신 웃는 얼굴로 대신했다. 튠은 천천히 다가와 로랑의 곁에 앉았고, 로랑의 얼굴은 튠을 향하지 않은 채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랑은 답지 않게 오랫동안 말을 아꼈다. 많이 멋있어 졌네. 로랑이 겨우 툭 내뱉은 소리에 튠이 소리내어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로랑은 그제서야 튠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튠의 옆얼굴을 쓸었다. 예뻐졌네. 로랑의 말에 튠이 다시 한 번 웃었다. 로랑은 복잡한 표정으로 튠을 바라보다가 튠의 소매에 눈을 두었다.
“로.”
로랑은 왜 그렇게 부르냐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눈만 튠의 눈에 고정시켰다. 로랑의 표정은 피곤하고 복잡해보였다. 아마도 시올이 봤다면 튠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괜찮지 않았느냐고 단단히 으르렁댈 만한 얼굴이었다. 튠의 공백은 너무 길었다. 어쩌면 희미한 경계선이 그어지는 순간부터 지레 무언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두려워 한 쪽은 로랑이었는지도 몰랐다.
“잘 지냈어?”
“그래. 여전했어.”
“내가 없어도?”
로랑은 어떻게 대답해야하는지 몰라 대답을 망설이다가 희미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웃음으로 대답을 메웠다. 튠이 한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것은 로랑이었다. 옆에 있던 아가씨 예뻐 보이던 걸. 정말 그렇게 생각해? 로랑은 웃었다. 그래. 한눈에 보기에도 제법 좋은 집안 사람처럼 보였지. 네 나이에 나쁘지 않은 경험이네. 로랑이 드문드문 어렵게 말을 골라 잇는 동안 로랑은 튠의 얼굴 대신 튠의 목덜미께를 바라보고 있었다. 셔츠의 단추들은 단단하게 잠겨있었고 잘 다림질된 실크 커프스는 한쪽 끝이 둥근 금색 핀으로 고정되어있었다. 로랑은 튠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그리고 로랑이 마땅히 시선을 둘 곳이 없어 튠의 목덜지 언저리를 훑고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도 몰랐다.
“로.”
“왜”
튠의 얼굴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로랑은 불안하게 미간을 좁혔다.
“역시 마음이 없는 연애는 나쁜거야. 그렇지?”
로는 나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으니까. 로랑은 잠시 튠의 셔츠에서 고개를 들어 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튠은 해사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 튠로랑 패러랠. 12살 튠이를 주워온 로랑 은 역키잡. 하이라이트 부분만 빠져습니다. 곧 업데이트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