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


01.
 나다니엘은 힘차게 달렸다. 강인하게 단련된 그의 몸이 있는 힘껏 달아올랐고 턱 끝까지 차오른 숨 때문에 폐가 찌르듯이 고통스러워졌다. 그는 계속 달렸다. 활주로는 아주 길고 그에게는 달려야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었다. 비행장은 늘 아주 평탄하고 아름다운 평원과 맞붙어있었다. 밤이 되면 비행장에는 별빛이 나렸다. 관제탑의 붉은 등이 깜박일 때마다 철새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고 때로 잔디 짙은 평지에서 귀뚜라미나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밤새도록 빈 공터를 울렸다. 나단은 비어있는 조종석을 상상했다. 머릿속에서 나다니엘은 어두운 밤하늘을 날았다. 비행기에는 두 대의 미사일과 열여섯 대의 폭격포 대신 수 많은 우편물이 실려 있었다. 나단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그 순간처럼 있는 힘껏 달렸다. 그는 종종 그가 이렇게 달리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떠오르지 않을까 상상했다. 두 팔을 옆으로 펼치면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바람을 정면으로 맞서야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탓에 찢어질 것처럼 가쁘게 움직이는 폐가 부풀어올라 가슴을 내밀었다. 가쁘게 할딱이는 숨이 따갑게 목을 죄어왔다. 


02. 
 나다니엘은 그가 얼마나 본능적인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관하여, 또는 그를 다룬 그 어떤 이론 이를 테면 프로이트나 제임스, 로저스 같은 학자들의 이름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으나 적어도 그는 태생적으로 그가 타고난 것을 인정하는 법을 알았다. 그는 온 힘을 다 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은 몰랐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본능적인 것들로, 그가 누군가를 지켜야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때로 몇몇의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그들에게 확신을 주는 운명이라는 것이 주어지는 법이었다. 누군가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신의 말을 전해야하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타인을 사랑해야했다. 그것은 그들이 타고날 때부터 마치 몸에 새겨진 점처럼 단순하고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그들의 태생에 관해 두각을 드러냈다. 어머니가 가르쳐주지 않은 피아노를 치거나, 배우지 않아도 색을 섞을 줄 알았고, 천사들의 이야기를 할 줄 알았고, 누구보다 먼저 발벗고 나서 남을 도울 줄 알았다. 때로 몇몇 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확신을 주는 운명을 부여받았을 때, 나다니엘은 그 중에 속해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를 지키는 법을 알았다. 그것은 때로 이층에 자신의 놀이방이 있는 좁고 작은 세 식구의 집이었다가, 하이디의 컵케이크 가게였다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거나, 때로는 한쪽 팔을 잃은 여자였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의 본능 속에 있었다. 그는 누가 명령하거나 부탁하기도 전에 자신이 무언가를 지켜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03.
 놈들은 지하 통로를 지나서 올거야. 
모서리에 도착하면 뜸을 들이고 기다려. 둘은 총을 준비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다니엘과 루이스를 돌아보았다. 레이에게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능력이 있었다. 모서리에 도착하면 그 뒤를 바라봐.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남자는 그 상황에 아주 익숙한 것처럼 천천히 그림을 그려나갔다. 희미한 인상을 가진 얼굴이 조금 웃었다. 

위치로.

남자는 부드럽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군인이라기보다는 학자에 가까워보였고 사실이 그랬다. 나다니엘은 이따금 곁에서 전화를 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교수님은요?. 아니오. 연구는 끝났어요. 강의가. 곧 들어갈게요. 먼저자요. 남자는 남과 잘 어울렸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다니엘은 그가 예지하는 종류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앞으로의 일을 그림처럼 설명하는 그를 보며 처음으로 알았다.


04. 
 “희망이라는 단어를 아나?”

 나다니엘의 교관은 언뜻 평범한 스무살 후반의, 또는 서른 초반의 남자였다. 나다니엘은 그와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 없었음으로 그가 몇 살인지,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짙은 블론드는 길거리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흔했고 당장 티비만 틀어도 수십명의 여자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색이었다. 오로지 남자가 타고난 깊고 짙은 녹색의 숲만이 나다니엘에게 그가 한 번도 본적 없는 다른 곳을 그리게 만들었다. 나다니엘은 태어나 한 번도 빽빽한 침엽수립을 본 적 없었다. 그가 가까웠던 것들은 잘 닦여진 도로들과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활주로와 활주로를 둘러싼 드넓은 평원이었다. 남자의 이름이 이든Eden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다니엘은 에덴와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가 희망에 대해 품는 의문에 대해 생각했다. 나다니엘은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타고난 사람 중에 하나였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보는 영상들과, 능력과, 노력으로 무언가를 개척해야하는 수 많은 사람 중에 하나였다. 남자의 눈은 침엽수림의 깊이만큼 빛났고 나다니엘은 거기에서 순록의 무리처럼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긴 겨울을 발견했다. 남자의 블론드와, 뺨 위에 불거지는 주근깨와 일견 낙천적으로 보이는 성격들은 그를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와 같은 남쪽 지방 출신일 것이라고 추측하게 만들었으나 그것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는 기묘한 무기력함이 있었다. 
 나다니엘은 남자의 질문을 곱씹었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나다니엘은 자신보다도 훨씬 총을 쏠 줄 모르는 교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만 했다. 한 손으로 사격하는 일반인은 흔치 않았지만 남자는 두 손으로 총을 받쳐 들고도 심하게 손을 떨었다. 자주 지독하게 긴장했던 것처럼. 나다니엘은 그가 지키는 사람protector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의 내면에서 그를 여기까지 오게 한 어떤 것을 생각했다. 총을 쏠 줄 모르는 훈련 교관. 나다니엘은 그가 어떤 것으로 어떤 것을 지켜냈는지 가늠했다. 나다니엘의 눈이 남자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었을 때 그는 약간 웃었다. 그를 조금 더 어려보이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아나? 나다니엘은 별빛이 내려앉은 활주로를 떠올렸다. 멀리에서 관제탑의 붉은 등이 천천히 깜박였다. 따듯한 낮이 지나고 급격하게 기온이 가라앉은 밤이 되면 땅 위에는 차가운 밤안개가 내려앉았다. 밤안개란 가로등불 아래에서도 잘 보이지 않아서 축축하게 내려앉은 습하고 차가운 물방울과 습기의 냄새를 얼굴로 맞닥뜨리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종류의 것 중에 하나였다. 활주로를 일렬로 둘러싼 밝은 조명 위에서 밤안개는 무대 위의 연기처럼 묽은 구름처럼 허공에 떠있었다. 나다니엘은 그 활주로를 오랫동안 달려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을, 그리고 마침내는 구름 한점 없는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야간비행을 하던 날을 떠올렸다. 
 파일럿들은 언제나 희망에 의지해 있어야했다. 그것은 그들이 오로지 계기판을 가늠하면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일이었다. 구름 위의 일이란 것은, 나다니엘이 태생적으로 신에게서 어떤 것을 부여받은 것처럼, 그리고 그의 교관이 그러지 못한 것처럼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었다. 파일럿들은 희망에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 멀리서 깜박이는 빛 하나에 의지해 어두운 하늘 위를 비행하는 법은 희망을 믿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들에게 희망은 어두운 사막에서 낙타를 이끌고 이동하는 여행자들의 북극성만큼이나 명확했다. 그것은 멀리에서 깜박이는 그 순간에도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나다니엘은 느리게 미소지었다. 남자는 총을 내려놓고 자신의 두 손을 잠시 내려다보고는 나다니엘을 돌아봤다. 

 “알아요.”

 남자는 오랫동안 나다니엘을 바라봤다. 나다니엘은 희미하게 표정을 지운 채로 문득 서있는 그를 오래도록 앉아 올려다보았다. 나다니엘은 그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그런 질문을 할 만큼 서로를 잘 알지 못했지만 나다니엘은 확신했다. 그는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가 본능적이고 태생적인 사람이었다면, 남자는 경험과 지식들에 의해 천천히 완성된 탑 같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를 쳐다보았고 이내 남자는 사격장에서 등을 돌려 걸어나갔다. 어쩌면 남자도 그들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05. 
 나다니엘은 한 손으로 총을 쏠 줄 아는 사람이었고, 두 손으로 받쳐 드는 총을 쏠 때는 더 정확하게 맞추는 법을 알았다. 그들은 모두 정장차림이었다. 제복에 익숙한 나다니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은 타이로 옭아 맨 목 뿐이었다. 나다니엘은 두 손에 총을 뽑아 들었다. 그는 졸업생 또래 중에서도 좋은 사격수에 속했다. 사격뿐만 아니라 체격과 체력, 판단력과 시력 그런 것들에 있어 상위권에 속했다. 그는 그런 것을 위해 타고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총을 쏘는 데도 망설이지 않았다. 폭죽처럼 들리는 총성 속에서 나다니엘은 고막이 얼얼해지도록 두 팔을 곧게 펴고 상대를 겨냥했다. 그는 명사수 중의 하나였다. 


06. 
 나다니엘은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적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마루를 죽이는 사람 중의 하나에 속하게 될 것이었다. 그것은 이라크전보다, 미국이 지금까지 치러온 그 어떤 종류의 전쟁보다도 더욱 확실하게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 되겠지만,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충분히 지켜져 오고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화였다. 그는 적어도 민간인을 해치고 싶지는 않았고, 그보다는 더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는 곧 사람은 죽이지 않지만 마루를 죽이는 사람 중에서도 좋은 훈련을 받고 좋은 무기를 갖춘 사람이 될 것이었다. 나다니엘은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이제는 사형이 금지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민의 대부분이 그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은 그들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인간적 권리 앞에서 누구보다도 강하게 반발하고 요구하는 시민의 나라였고 그들은 이제 범죄자의 인권조차도 지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절름발이 소년병에게 총을 겨누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인도적인 처사였다. 그들은 그들의 인권이 얼마다 상대적인 잣대 위에서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마치 나다니엘 가렛이 그가 하는 일에 대해 고려해야 했듯이. 나다니엘은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나다니엘은 단 한발의 총알로 정확하게 얼굴을 조준할 수 있는 명사수 중의 하나였다. 그가 총을 겨눌 때에 그는 명분 이외에 어떤 합당한 면죄부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나다니엘은 자신의 명분 속에 숨어있는 합리화에 대해서 적어도 숨기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타고난 본능과 그의 선하고 상냥한 기질이 타협하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07.
 레이 페어렉은 총상을 입은 채 모서리 뒤에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도망치는 마루를 쫓아서 지하 통로를 달렸다. 나다니엘은 그의 표정과 태도를 기억했다. 레이 페어렉은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마루의 다리를 훑었다. 나다니엘은 그를 뒤로하고 후퇴하는 마루들을 향해 달렸다. 긴박감들 사이에서 어설픈 고요함이 찾아와있었다. 나다니엘은 특무부에 온 뒤의 일년 남짓의 기간을 제외하면 군부에서 실전에 투입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캐롤과 그를 에워싼 전직 군인들의 말처럼 그는 벌통의 일벌이거나 그저 애송이에 불과했다.


08.
 나다니엘은 손을 뻗었다. 왜? 니가 감아주게? 시덥잖은 농담을 하는 목소리를 흘려들으면서 나단은 어울리지 않는 리본을 풀러냈다. 넌 안 다쳐서 다행이다. 나다니엘은 장난기가 묻어나는 막스의 목소리 뒤에서 어렴풋이 배어나오는 진심을 천천히 좋은 흙처럼 흡수했다. 좋은 땅은 스며드는 물을 받아내고 흘려보내고 다시 떠나보내는 땅이었다. 불만이라도 있는 양 조잘거리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다니엘은 희미하게 웃었다. 붕대 감게 가만히 좀 있지. 단단히 동여매어진 상처와 붕대를 바라보고 나단은 그의 등을 툭, 쳐 밀었다. 

“응급 처치니까.”

나 환자라니까. 나다니엘은 단단하게 동여맨 붕대를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막스를 바라보면서 흐릿하게 천천히 웃었다. 폐에 공기가 차올랐다. 

"더 안 다쳐서 다행이다."

나다니엘은 막스의 팔뚝을 잡았다. 두 사람의 말이 비슷하게 들려 둘은 어깨를 떨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붕대 사이로 배어나오는 피를 보다가 나다니엘은 잡고있던 팔을 놓았다. 의무실로 가자.


01. 
 활주로는 일직선이었다. 세상 어디에도 그렇지 않은 활주로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지금껏 나다니엘 가렛이 살아온 길과 흡사했고 나다니엘은, 그 길의 끝에 서서 이제껏 자신이 달려온 길의 길이를 바라보았다. 그가 달리기 시작한 출발선은 아주 멀리에 있었다. 그가 두고 온 것들은 그를 스치고 지나가 그의 일부분이 되었고, 그는 타고난 그의 성격과 기질처럼 모든 것을 상냥하고 자연스럽게 마치 물을 머금은 스펀지처럼 받아들였다. 그의 삶은 평탄하고 순조로웠고 거기에는 어떤 장벽과 걸림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믿음은 그를 더 달리게 했다. 그는 더 빠르게, 더 곧게, 더 날아갈듯 숨이 벅차도록 길고 곧은 길을 달렸다. 활주로는 길었다. 나다니엘은 거의 벗겨진 군모를 오른손으로 벗어 들었다. 짦은 갈색머리가 땀에 젖어 바람을 맞을 때 마다 머리끝이 차갑게 식어왔다. 얼마나 더 달려야하는지 선택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나단. 행운을 비네. 나다니엘은 달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빌 때 쯤 중령이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00.                         
 그는 본능에 따랐다. 그의 발치에는 작은 레고 블록들이 깔려있었다. 작은 블록 하나하나 마다 가장과 아내와 아이들과 개와 고양이들의 인생이 있었고 블록들이 점점 작아질수록 그것들은 좀 더 많아졌다. 그는 모든 작은 레고와 레고 집들을 내려다봤다. 얼마나 많은 집들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지킬 수 있는 가는 그가 정해야하는 몫이었다. 그는 일직선으로 달려 이제 막 이륙하기 시작했다. 그가 어떻게 날 것인가는 그의 몫이었다. 


miss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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