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ner table
손에 입은 화상으로 막스는 꽤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손이 아니라 한손으로 자신의 붕대를 갈거나 고쳐 매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어서 나다니엘은 이따금 그가 보일 때 마다 붕대가 제대로 묶여있는지 확인하고 매듭을 고쳐매어 주거나 상처를 소독해 주긴 했지만 상처를 가만히 두기 어려운 부위인 만큼 회복은 더뎠다. 사격을 할 때만 해도 그는 총을 제대로 잡기 위해 손바닥의 근육에 힘을 주어야 했기 때문에 상처가 빠르게 아무는 편이 이상한 일일지도 몰랐다.
“더 세게 쥐어.”
뭐라고? 막스가 뒤를 돌아보면서 헤드셋을 벗었을 때 나다니엘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좀 더 세게 쥐라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상처가 여태 다 아물지 않은 손으로 그래봐야 헛일이었다. 스스로 있는 힘껏 쥐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몸이 아픔을 피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제어할 수 있는 범위가 적었다. 심지어는 군인들조차도 접질린 발목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뛰지 못하는 법이었다. 뒤에서 캐롤이 보고 있을 때조차도 그랬다. 뭐라고 했어? 나다니엘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얼굴을 보다가 총을 들고 있는 막스의 팔을 그대로 직각으로 들어올렸다. 붕대가 감긴 채로 총을 들고 있는 손을 바라보다가 방아쇠에 걸려있는 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손가락위에 손을 겹쳐 손 전체로 감아 꽉 쥐었다.
“야. 야..! 아프잖아!”
나다니엘은 키만큼 손이 컸고, 보이는 만큼 악력이 셌다. 나단이 손을 떼자 마자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린 채로 거의 총을 놓치다 시피 한 막스를 보다가 나단은 얕게 숨을 내뱉었다.
“어깨 나가.”
막스는 순간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알고 있는 점을 지적받아서 조금 기분이 상하기라도 한 것같았다. 총을 제대로 쥐지 않은 채로 그런 훈련만 더 했다가는 반동도 제대로 견디지 못해서 어깨부터 상했다. 나다니엘은 손 끝에 아슬아슬 하게 걸린 총을 잡아 사격대 위에 내려놓고 손을 내밀었다.
“뭐? 왜?”
나다니엘은 쥐었다 폈다를 수차례나 반복하는 바람에 매듭부터, 붕대가 감긴 모양까지 죄다 흐트러진 손과 막스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나다니엘은 말이 적었다. 말 보다는 몸짓으로 눈이나 손짓으로 이야기하는 쪽이 편했기 때문에 눈을 바라보자마자 금세 알아챈 표정을 하는 막스도 편했다. 나다니엘은 헝클어진 매듭을 풀고 여전히 검붉게 아물지 않은 상처를 바라봤다. 손바닥의 주름과 결대로 상처가 아물지 못한 자욱들이 눈에 띄었다. 훈련을 적어도 몇 일만 쉬었더라도 상처는 좀 더 금방 아물었을 텐데. 과녁은 중심에서 빗겨나간 자리에만 서너차례 총알에 꿰뚫린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좀 더 쉬어.”
나단은 피가 통할 정도로만 상처를 빠듯하게 동여매면서 말했다. 막스는 대답 대신에 나단이 감은 붕대가 감긴 손을 두어번 쥐었다가 폈다. 드물게 대답이 없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단은 작게 웃었다. 밥 먹자. 익숙한 말이었다.
점심은 훈련소 내의 식당이나 근처에 나가 먹었다. 막스는 나단에게 밥을 먹이는데 뭔가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나단에게 밥을 먹이는데 책임감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사람과 어울리는데 익숙하지 않은 탓에 처음 특무부에 들어와서는 데면데면하고 어색한 얼굴로 혼자 훈련실과 식당을 배회했지만 막스는 점심시간이 되면 익숙하게 나단을 찾았다. 비슷하게 훈련한 날은 그대로 같이 가는 일도 더러 있었다. 처음에는 훈련소 내의 식당에서, 그 뒤는 주변에서 먹을 만한 것을 찾다가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막스는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맛있는 곳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단은 원래부터 주는 대로 잘 먹는 사람이었고 막스는 나단을 먹이면서 뿌듯해했다. 이따금 막스가 엄마만큼 뿌듯한 표정을 지을 때 마다 나단은 먹던 수저를 멈추고 말해줄까 생각했지만 직접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평소에는 동갑내기만큼이나 팔랑거리고 돌아다니는 것 같으면서도 밥을 먹일 때만은 유독 형처럼 굴었다.
나다니엘과 마트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집을 나온 뒤에는 대부분 식단에 익숙했기 때문에 요리와 친해질 계기가 한번도 없었던 나다니엘은 특무부 근처에 플랫으로 이사를 간 뒤에는 그나마 마이크로오븐을 다루는 법 정도는 몇 번의 실패 끝에 깨닫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방 용품이 없었다. 유일하게 해먹을 줄 아는 토스트와 후라이조차도 불 조절을 실패해서 출근길에 샌드위치를 사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실 나중에는 거의 가스오븐을 쓰는 것을 포기했다. 드물게 저녁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피자나 정크푸드, 차이니즈 팩이나 샌드위치, 거기에 흔히 살 법한 칩포테이토 과자 같은 것들이 전부였다. 주로 외부 음식들은 나단의 입에 짰고 몸에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카트 안에 과자와 인스턴트 미트볼, 카레 같은 것들을 담았다가 마트 한가운데서 막스에게 걸려 혼난 이유는 나단이 할 줄 아는 요리가 정말로 하나도, 하나 조차 제대로 없어서였다.
니가 먹겠다고 산거야? 막스가 질린 표정으로 말하면서 싱글벙글 웃던 얼굴을 일그러트렸을 때 나단은 혼나는 개처럼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달리 아니라고 할만한 요령도 없어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단을 보다가 막스는 보기 드물게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담은거 다 제자리에 놓고 와. 나단이 별 대책 없이 담았던 냉동식품들을 차례로 나란히 옆에서 옆 냉장고로 건너가며 제자리에 돌려놓고 왔을 때에서야 막스는 여전히 안좋은 표정으로 나단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냥 우리 집 가서 먹자.
나다니엘은 셔츠의 소매를 걷고 세제로 식기를 거품 내어 닦고 물로 헹구어 차례로 곱게 포개어 놓고 물기를 수건에 닦았다. 나다니엘은 주는 대로 잘 먹었고 막스는 결국에는 그럼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식단을 차려줬지만, 나단은 그것도 잘 먹었다. 입 안에 얼얼해질만큼 짠 정크푸드에 비해서 나단에게는 이쪽이 훨씬 배가 부르고 속이 편했다. 대개 군에서 주는 식사들은 간이 안맞았고 입이 심심할만큼 싱거웠다. 막스가 저녁을 준비해주면 나단은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뒤에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 돌려놓았다. 최소한 나단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서 진하게 탄 커피를 홀짝거리는 막스를 바라보다가 물이라도 꺼낼까 냉장고를 열었을 때 나단은 짐짓 익숙한 케이크 상자를 보고 몸을 굳혔다. 고작 한 박스에 여섯 개 들이 컵케이크였지만 지금까지 남아있을 만큼 많은 양은 아니었다. 적어도 하루에 하나, 아니면 두 개. 나다니엘이 냉장고 문을 닫으면서 뒤를 돌아봤을 때 막스는 약간 당황한 눈빛으로 눈을 피했다.
“컵케이크 안 좋아해?”
“음, 아니야 나단. 아, 아껴먹으려고 그런거야. 아껴먹으려고. 너무 예뻐서 아껴먹느라고 그런거야.”
나다니엘은 재색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잽싸게 커피컵을 입으로 가져가는 막스를 바라봤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같았다. 노트 구석에 만화를 그리다가 교과서를 읽어보라고 지적당한 학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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