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mare


 “플로베르”

 방 안은 어두웠다. 이든은 생활이 규칙적인 편이 못됐고, 그나마도 루윈과 함께 하면서 규칙적으로 출근하는 그의 일과에 맞추어 함께 일어나고 잠들게 된 편이었지만 주말에는 대부분 본래 습관대로 돌아왔다. 밤늦게까지 옆에서 잠이 든 루윈을 끌어안고 영화를 보거나, 방에 앉아 미뤄둔 논문을 읽고 일주일간 아무렇게나 붙여둔 메모들을 정리했다. 밤늦게 잠든 이튿날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루윈은 그를 깨우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든지 그를 깨우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었다. 빛을 막은 커튼을 열지 않은 채로 놓아두었고, 이든은 잠결에 습관처럼 옆자리를 손으로 더듬어보다가 루윈이 곁에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플로베르”

 그는 두 번이나 이든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손에는 아직 따듯하게 데워진 커피가 들려있었다. 여전히 몽롱하게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채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목을 움직이는 이든을 바라보다가 그는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에단.”

 그가 이든 플로베르를 부르는 호칭은 오랜 시간에 거쳐 천천히 변했다. 루윈 이바노브는 여전히 그를 에단이라고 부른 사람이 이든의 어머니와, 얀과, 아이다 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그 애칭이 이든의 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부르던 이름인 줄로만 알았다. 이든은 플로베르라는 이름보다는 이든이라고 더 자주 불렸고, 에단이라는 이름보다도 이든이라고 더 자주 불렸지만 그는 에단이라고 부를 때마다 가장 빠르게 몸을 움찔거리고 반응했다. 아주 어릴때부터 그의 어머니가 그를 불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

 “악몽 꿨어요?”
 “그래보여요?”
 “계속 뒤척이길래.”
 “조금요.”

 이든은 손을 뻗어 침대 옆에 놓인 스탠드를 더듬어 켰고, 이든의 손이 스탠드를 찾아 헤메이는 동안 루윈은 내려놓은 커피잔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뻗어 잔을 쥐었다. 그는 루윈이 건네는 물컵을 받아들었다.  따끔하게 부어오른 목 뒤로 미지근한 물이 넘어갔다. 이든은 가만히 컵을 협탁 위에 올려두고 가만히 루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악몽에 시달리는 사이 흥건하게 식은땀으로 젖은 이마가 차갑게 가라앉은 셔츠에 닿는 시원한 감촉이 좋았다. 점심 먹었어요? 대답 대신 루윈이 이든의 등을 약간 끌어안았다. 무슨 일이에요. 그는 늘 그렇게 물었다. 오래전에도 그랬다. 가끔 이든이 심하게 뒤척이다가 새벽을 다 보내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 때에도 그는 같은 문장으로 그렇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깨끗했지만 아주 조용했고 그리 크게 울리지 않는 종류의 목소리였다. 천정이 울리는 동굴 안에서도 그가 마음먹고 속삭인다면 그의 목소리는 이든의 귀에만 들릴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옛날 일이에요.”
 
  이든은 말하지 않거나, 옛날 일이라고 둘러대는 것으로 그쳤다. 신경 쓰지 말아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다. 둘은 모두 고집이 셌고, 루윈은 이든이 그러지 말라고 하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이든은 그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옛날 일들은 때로 그램블린 고등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짐의 죽음을 보고 되돌아왔고, 가끔은 세스의 죽음 앞에서 한참을 머물러있다가 돌아왔다. 악몽은 생각보다도 끈질긴 것이어서 그가 많은 것들을 견뎌내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그를 고단하고 지치게 만들었다. 루윈의 몸은 그가 호흡을 할 때마다 조금씩 가볍게 움직였다. 옷에서는 섬유유연제의 냄새와 자신의 희미한 담배냄새와 그의 체취가 묻어있었다. 그가 입는 셔츠는 그에게 조금 컸고 이든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것이 자신의 셔츠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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